허정숙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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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설명
우리는 흔히 꽃을 ‘피는 순간’으로 기억한다. 생의 절정, 가장 화려한 찰나. 그러나 허정숙 작가의 작품은 그 찰나의 순간이 아닌, 그 이전과 이후,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결을 캔버스 위에 스며들게 한다.
이번 전시 《꽃 : 스며들다》는 "나는 꽃을 그리고 있지만 꽃을 그리는 것이 아니다"라는 선언과도 같은 문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작가의 화면에는 꽃의 구체적 형상보다는, 반복된 붓질과 중첩된 색채가 만들어낸 시간의 흔적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이는 곧 감각과 기억, 그리고 작가의 내면이 화폭 위에 응축된 결과다.
꽃은 여기서 더 이상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작가가 거쳐온 삶의 이야기이고, 인내의 시간이며, 감상자와 조용히 마주하기 위한 상징이다. 작업 속 중첩된 색채는 하나의 구조이자 기록으로 기능하며, 관람자들은 그 안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투사하게 된다.
이 전시는 단지 ‘꽃’이라는 미적 대상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다. 오히려 감상자 자신의 내면에 조용히 스며드는 ‘정서적 시간’을 경험하는 자리다. 그러므로 《꽃 : 스며들다》는 하나의 시각적 감상이자 감정의 침잠을 위한 공간이다.
허정숙 작가가 화면 위에 쌓아 올린 시간과 감정의 층위들이, 이 전시를 찾은 이들의 마음속에도 조용히 스며들기를 바란다. 눈에 보이는 꽃이 아니라, 마음에 남는 흔적으로.
나는 꽃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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