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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설명

 김기준 작가의 작품은 어느 날 문득 떠오른 기발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이번 전시의 모티프는 한 남자가 어촌에서 낚시를 하다 인어를 잡게 되는 이야기다. 인어는 신비롭고 아름답지만, 남자는 단지 생선을 원했기에 물고기인 하체만을 먹고 상체는 남겨둔다. 반쪽으로 잘려 나간 인어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죽음을 맞이할까. 혹은 박제된 채 영원히 잠에 빠져버리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에서 전시는 시작된다. 상체만 남아 잠에 드는 인어는 더 이상 인어가 아니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도 같은 존재로 변모한다. 작가는 인어와 동화 속 공주가 합쳐진 ‘잠자는 미녀’라는 상상 속 형상을 작품으로 풀어내며, 죽음과 생존, 현실과 판타지가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한다. 작품은 그 기묘하고도 직관적인 장면, 즉 토막난 인어의 모습을 강렬하게 시각화하는 데 집중한다.

연필, 잉크, 색연필,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작업들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직관적이고 강렬한 색채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은 현실을 벗어난 동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장면을 포착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