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정보::

Full Metal Jacket展
제3전시장A
2013. 11. 20 ~ 12. 02

완벽한 외투, Full Metal Jacket

신 수진 (사진심리학자)

골치 아픈 철학과 인문학이 외로운 사람들의 고독한 피난처가 되고 있는 시대이다. 소통이 화두이지만 그만큼 불통에 발목 잡힌 난제들을 풀지 못한 사람들의 아우성이 시끄럽다. 역사 상 가장 손쉬운 발언대인 SNS에는 무의미한 “좋아요”만이 너울댄다. 고객을 유혹하듯 찍어내는 예술품 앞에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사람들의 영혼 없는 비평이 난무한다. ‘가벼운 외투’를 걸치듯 간단하고 즉각적인 선택으로 관계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외롭다. 지그문트 바우만이 지적하는 유동성(liquidity)의 비극인 것이다.

진정한 소통은 자신만의 목소리에 진심을 담을 수 있을 때 시작된다. 소통은 같아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름을 확인하기 위해서 지속되어야 한다. 이 책에는 나이도 관심사도 작업 방식도 다른 작가들과 이론가인 내가 모여서 실험한 소통의 여정이 담겨 있다. 5개의 도시에 사는 6명이 9개월 동안 10번의 만남을 가졌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열정적으로 만들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나눈 대화가 각자에게 인생을 걸만큼 절실하고 중요한 문제들로부터 나온 고백이었고, 그리하여 우리는 공감이라는 이름의 소통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예술의 가장 큰 미덕이 ‘질문’으로부터 나온다고 믿는다. 우리는 작업적 강박, 즉 사진을 도구로 사용하는 예술가로서의 고민에 대한 대화를 시작으로 자신의 작품이 지닌 특징과 한계에 대한 통찰, 그리고 작업을 지속하기 위한 조건과 그것의 결핍에도 불구하고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질문했으며 스스로에게 답을 구했다.

우리가 나눈 대화 속에서 나는 가벼운 외투와는 정반대의 ‘완벽한 외투’를 보았다. 예술은 아름답고, 고통스러우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만들고,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서, 죽음을 뛰어넘는다고 믿는 그들의 강력한 심리적 외투를 본 것이다. 비록 무겁고 거추장스러울지라도 예술은 이미 그들과 한 몸이 되어버린 완벽한 외투이다. 언젠가 그 외투가 그들의 날개가 되어주길 바라는 것 또한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강박이며 집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