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현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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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설명
조문현 작가는 달항아리의 조형적인 면보다는 관념적인 부분을 작품에 투사하는 작업을 통해 문화적 아이덴티티를 찾고자 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동양철학의 보편성이 회화적 요소와 결합한 독특한 미학을 찾아볼 수 있다. 좋은 작품이란 단순히 시각적 요소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시적인 감정과 의미를 담고 관객에게 내러티브를 선사해댜 한다는 의미로 그는 소동파(蘇東坡)의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畵 畵中有詩)”를 늘 염두에 두고 작품을 대한다. 그림이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내면의 깊은 사색과 표현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달항아리의 철학적 상징성은 문화적인 스토리텔링의 힘을 가지고 있다. 불완전함 속의 아름다움, 자연과 우주의 본질, 단순함 속에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는 순백색의 상징성 등. 작가는 달항아리가 가지고 있는 무한한 공간과 여백의 미를 관찰하며, 관용, 포용, 불필요한 것을 소유하지 않는 무소유의 정신과 무(無)를 근본으로 삼아 유(有)가 나타나는 창조의 본질인 진공묘유(眞空妙有) 사상을 기반으로 달항아리를 화폭에 담고 있다.
조문현 작가는 또한, 자연과 인간의 조화, 음과 양의 조화, 삼라만상의 순환 등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세계를 염원하며 작업을 한다. 그가 묘사하는 달항아리의 담백한 형태 속에서 우리는 무한한 공간과 우주의 크기를 본다. 한국의 ‘한사상’에서 보여지는 ‘크다’와 일맥상통하는 이러한 무한성은 공동체적 가치와 정서적 유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적 소프트파워가 들어가 있다. 문화적인 소프트파워로서의 한류의 필연성을 작가는 “기운이 돌고 있는 이치”라고 평가한다. 그런 면에서 그의 작품세계 역시 시대적인 보편성을 간직하고 있으며 한류의 필연성과 맞닿아 있다.
조문현 작가는 달항아리 속 점 하나하나는 바로 ‘연기(緣起)사상’이라고 말한다. 화엄경에서 말하는 우주의 삼라만상이란 모두 얽히고 얽혀서 변화하고 발전해 나간다는 인연연기(因緣緣起) 사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달항아리 속에는 그래서 하나 속에 일체를 포함하고, 일체 속에 하나가 두루하는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다(一卽一切 一切卽一)’라는 연기사상이 담겨져 있다.
달항아리라는 소재를 만나기 이전에도 그의 작품은 한국적이고도 관념적이었으며 동양적인 사상을 흠뻑 담고 있었다. 유년 시절에 문득 달력에 그려진 심산유곡과 무릉도원 그림에 매료되어 무작정 먹을 갈아서 문풍지에 모사를 했다는 그의 작가 기질은 아마도 도전의 연속선상에서 다가오는 많은 어려움을 헤쳐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매순간 의구심과 질문이 피어오르는 예술이라는 지난한 과정에서 완벽함을 찾다가 불완전함 속에서 비로소 자신을 만나는 여정을 걸어온 조문현 작가가 달항아리라는 소재에서 자신과 마주하게 된 것은 분명 운명적인 조우였을 것이다.
“내 종교는 그림이다”라고 선언하는 조문현 작가는 예술이라는 구도(求道)의 길을 지금도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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