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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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설명
칠하고 마르고, 다시 칠하는 반복 속에서 시간은 겹겹이 쌓이고, 자개 한 조각 한 조각은 작가의 고요한 인내와 정성을 품습니다. 정종한 작가는 옻칠과 자개라는 한국 고유의 전통 재료를 매개로, 수년에 걸친 축적과 수행의 시간을 화폭에 담아냈습니다.
《천년의 향기 Ⅳ》는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장인의 손길과 사유가 깃든 화면을 통해 빛과 시간, 자연과 기억의 서사를 조형적으로 풀어낸 전시입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달항아리와 물결, 꽃과 새의 형상은 ‘비움’과 ‘생명의 리듬’을 상징하며, 자개는 관람자의 시선에 따라 빛의 결을 달리하면서 작품에 생동하는 숨결을 불어넣습니다.
특히, 항아리 내부에 투영된 풍경은 단순한 장면이 아니라 작가의 내면을 은유하는 공간이며, 바다를 닮은 옻칠의 깊은 색조와 자개의 반짝임은 시간의 흔적과 찰나의 감정을 동시에 담고 있습니다. 자개로 묘사된 수면 위의 반사광, 흩날리는 꽃잎, 군무를 이루는 새떼는 우리에게 익숙한 자연의 장면이자, 작가가 기억 속에서 불러낸 사유의 풍경입니다.
정종한 작가의 세계는 천천히, 깊이 들여다볼수록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전통의 물성과 현대의 감각이 만나는 그의 회화는 단지 ‘보는’ 경험을 넘어, ‘머무르고 느끼는’ 시간을 관람객에게 선사합니다. 이 전시는 우리 안에 잠재된 기억과 감각의 층위를 일깨우는, 천년의 향기처럼 은은하고 오래도록 머무는 예술적 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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